줄거리
목숨값 단돈 500만원! 이름값 1000억? 이름에 살고, 이름에 죽는다! 인생 벼랑 끝, 살기 위해 이름까지 팔게 된 이만재.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바지사장 세계에서 탁월한 계산 능력 하나로 가늘고 길게 버텨온 그가 큰 거 한방 터뜨릴 절호의 기회를 잡는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1천억 횡령 누명과 자신의 사망 기사! 살아있지만 죽은 사람, 즉 데드맨이 되어 영문도 모른 채 중국의 사설 감옥에 끌려간 이만재. 정치 컨설턴트 심여사가 그의 앞에 나타나 목숨값을 담보로 위험한 제안을 하고, 이만재 때문에 아버지가 죽었다고 주장하는 공희주가 등장하면서 1천억짜리 설계판의 배후를 찾기 위해 의기투합한 세 사람의 추적이 시작된다
파산 직전의 중년 이만재(조진웅)는 돈이 간절하다. 곧 아버지가 되기 때문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불법 장기매매 현장에 갔다가 명의(名義)를 팔아서도 돈을 벌 수 있단 얘기에 솔깃해 바지 사장 일을 시작한다. 이후 7년간 잘나가는 대표님 소리를 듣지만 갑작스레 1천억원 횡령 사건의 범인이란 누명을 쓰고 사망 처리된 뒤 중국 사설 감옥에 감금된다. 어느 날, 감옥을 찾아온 정치 컨설턴트 심 여사(김희애)로부터 정계로 흘러갔을 1천억원을 찾는 일에 협조하면 구해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거래를 수락한 뒤 귀국한 이만재는 자신 때문에 아버지가 죽었다는 희주(이수경)를 만난다. 돈의 행방을 밝혀야만 명예 회복도, 아버지의 복수도 가능하단 생각에 둘은 임시 동맹을 맺고 거대 경제 범죄 사건을 파헤친다.
감독의 의도
[데드맨]은 봉준호 감독이 만든 [괴물]의 공동 각본을 쓴 하준원 작가의 연출 데뷔작이다. 감독은 이름에 담긴 좋은 뜻대로 살지 못하는 사람, 자기 이름을 스스로 더럽히는 사람, 이름을 지키려는 사람 등 이름을 주재료로 조형한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고루 묶어 통제 불가능한 인간사를 조망한다. 그와 동시에 영화는 검은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추격전과 심리전을 영리하게 교차시킨 범죄극으로서도 기능한다.
성찰의 기회
데드맨을 연출한 하준원 감독은 만재와 희주가 팀을 이뤄 사건의 배후에 가까워지는 과정을 액션 신을 중심으로 펼치고 심 여사 파트를 김희애 배우가 좌중을 휘어잡는 독백 신으로 채움으로써 정반대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만재가 누명을 쓰게 된 경위에서부터 횡령 사건의 전말과 진범이 드러나는 순간까지 결정적 순간을 인물들의 긴 대사로 요약하거나 속보성 기사로 처리한다. 그로 인해 세 주연배우가 활약할 수 있는 범위도 극히 줄어들어 버렸다. 아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드맨은 ‘이름에 걸맞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관객에게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강렬하고 섬세한 감정 연출
데드맨은 강렬한 감정 연출을 통해 관객의 공감과 몰입을 이끌어낸다. 자신이 감당해야 할 진실과 마주할 때의 갈등과 혼란스러움이 화면을 통해 강하게 전달되며, 관객이 주인공의 감정선에 깊이 빠져들도록 만든다. 감정의 변화와 내면의 갈등을 실감나게 표현한 배우의 열연 또한 인상적이라 할 수 있다. 관객은 주인공의 고통과 슬픔을 함께 경험하며, 그가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통해 영화 속 인물과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감정 연출은 단순한 범죄 영화의 긴장감에서 벗어나, 한층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다양한 볼거리와 몰입감
스토리텔링이 워낙 방대하고 지금껏 본 적 없는 ‘바지사장 세계‘의 실체를 파헤치는 방향을 지닌 만큼 그를 담을 로케이션의 다양성이 생각 이상으로 풍부하고 생생한 공간들이 등장해 각양각색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죽은 사람이라는 설정과 어울리는 폐차장부터 중국의 대규모 사설 감옥과 이름을 찍어 알리는 인쇄소, 설계판의 배후를 찾는 과정에서 오가는 클럽, 야구 경기장과 국회의원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창당 대회장까지, 여러 공간들로 특별한 몰입감을 이끄는 영화다.
결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예측불가 스토리와 이름이 지닌 사회적 가치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영화이다. 빠른 전개와 열연, 미장센이 훌륭한 범죄 추적 영화 데드맨은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