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3대 대가족이 모두 모인 제삿날 일가의 명줄이 달린 가업 두부공장 운영 문제로 가족들이 다투는 와중, 장손 ‘성진’은 그 은혜로운 밥줄을 잇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설상가상 갑작스레 맞닥뜨린 예기치 못한 이별로 가족 간의 갈등은 극에 달하는데… 핏줄과 밥줄로 얽힌 대가족의 70년 묵은 비밀이 서서히 밝혀진다!
영화 '장손'은 3대에 걸친 대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 한국 사회의 가족 관계와 가치관 변화를 심도 있게 조명한 작품이다. 오정민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가업을 둘러싼 세대 간 갈등
장손은 경상북도의 시골 마을에서 70년 동안 이어온 두부공장 대명식품을 배경으로, 가업을 둘러싼 세대 간의 갈등을 그린다. 할아버지 승필은 전통적인 두부 제조 방식을 고수하려 하고, 아들 태근은 현대식 공정을 도입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손자 성진은 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로 상경하여 무명 배우로 살아가며, 가업을 이어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게 된다. 이러한 세 인물의 갈등은 전통과 현대의 가치관 충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가족 내에서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깊은 고민을 불러일으킨다.
가족 행사 속 드러나는 숨겨진 갈등
영화는 제삿날과 장례식이라는 가족 행사를 통해 겉으로는 화목해 보이는 가족의 내면에 숨겨진 갈등을 드러낸다. 제사 자리에서 가족들은 오랜만에 모여 담소를 나누지만, 가업 승계 문제와 개인의 꿈 사이에서의 갈등이 서서히 표면화된다. 특히, 할머니 말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치러진 장례식에서는 가족 간의 갈등이 극대화되며, 각자의 이익과 감정이 충돌하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이러한 장면들은 가족이라는 공동체 내에서의 복잡한 인간관계를 현실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
남아선호사상과 가족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선
장손은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남아선호사상과 가족주의를 비판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할머니 말녀는 장손인 성진에게 특별한 애정을 보이며, 그의 성공을 당연시한다. 반면, 딸들은 가업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가지만, 그들의 노력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러한 모습은 여전히 남아 있는 가부장적 가치관과 그로 인한 가족 내 불평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이를 통해 전통적인 가족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현대 사회에서의 가족의 의미를 재고하게 만든다.
결론
장손은 전통과 현대, 개인과 가족, 꿈과 책임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경상남도 합천의 아름다운 풍경과 계절의 변화를 담은 영상미는 영화의 몰입도를 한층 높인다. 이 작품은 가족의 진정한 의미와 현대 사회에서의 개인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수작이다.